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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 잘하고픈 욕심 덩어리죠"

미국행 8년 만에 신인가수 프로듀싱 "중앙일보, 한인 음악인 소식 다뤘으면" 두 달 전 사석에서 남성 두 명이 오렌지색 웃옷을 맞춰 입고 나타났다. 그들은 프로듀서(피디) 윤국형(사진)씨와 신인가수 라미로 브레이브(Ramiro Brave). 가수의 첫 싱글앨범 오렌지(ORANGE)와 필린(FEELN')을 홍보하기 위해 옷으로 '깔맞춤'한 것이었다. 윤PD는 주황색 중앙일보 애플리케이션으로 본지를 보는 애독자이기도 하다. '조셉 케이(Joseph K)'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윤국형 피디는 지난 10월 미 신인가수 라미로 브레이브의 싱글앨범을 제작했다. 6개월 동안 가수와 함께 작업실 겸 숙소인 자신의 집에서 합숙했다. 90년대 복고풍의 빠른 댄스음악으로 벌써 텍사스 쪽 라디오 방송에서는 주목할만한 인디음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신기했어요. 자식 같은 앨범이거든요. 제가 제작한 음악이 현지에서 들리니 여기가 한국인가 했어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윤 피디는 2009년 할리우드에 위치한 실용음악학교에 진학하면서 미국에 정착했다. 클래식을 좋아했지만 악보에 갇힌 삶은 그가 아니었다. "클래식으로 성공하려면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악보에 충실해야 해요. 하지만 저는 그게 잘 안 됐어요. 가령 모차르트 악보를 보면 재즈같이 연주하고 싶어졌거든요. 미국에 오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다양한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게임과 자동차, 휴대전화 회사 홍보 영상 음악을 만들고 가수 임태경, 바이브, 조영남, 조항조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의 미 현지 콘서트에서 건반을 쳤다. 가수 시아준수의 노래 '11시 그 적당함'과 바비킴의 '사막의 밤은 깊어라'에서 나오는 피아노 선율은 그의 연주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피아니스트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가장 으쓱해하는 작품은 가수 폴킴의 노래 비와 허(Her), 편지다. 폴킴은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출연한 가수로 윤 피디가 노래를 편곡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들었다. "발라드는 발라드대로 팝은 팝대로 재밌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다 해보고 있어요. 또 하다 보니 전부 잘하고 싶어요. 그게 저에요." 결과는 하늘만 안다. 밤새 꼬박 만든 음악이 광고주 눈에 안 들어 막판에 파투가 나기도 하고 드라마 배경음악 10곡을 만들어 놓고는 제작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을 유야무야하다 '없던 일'로 만들기도 한다. "이쪽 산업이 그래요. 오늘 노래가 좋았다고 말하다가 다음날 마음에 안 든다고 하거든요. 최대한 저의 역할에 집중할 밖에 도리가 없죠." 윤 피디는 많은 한인 음악가들이 LA를 포함해 미 서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부를 하러 첫발을 디딘 신인부터 한국에서 실패한 뒤 재기를 꿈꾸는 실력가까지 말이다. 작은 소식이더라도 이들의 꿈이 여물도록 한인 미디어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2017-12-25

'우아한 신부' 만드는 커튼 뒤 주인공

'2002년 월드컵'때 한국온 엘살바도르계 남편과 결혼 올해초 LA서 웨딩숍 인수 신부의 '고맙다' 말에 보람 '디지털 중앙일보' 변화하길 "오~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지름 22센티미터 축구공 하나로 한국이 축제장이었던 2002년. 울산에서 대학을 다니던 유지현(39)씨는 친구들과 우연히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 일하러 온 외국인들을 만났다. 축구장에 들어가는 카메라와 부대시설 등 전기 장비를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었다.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영어에 익숙했던 유씨는 금세 외국인들과 친구가 됐고 그 중 한 명이 지금의 남편이 됐다. "당시만 해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어요. 대화가 통화니까 빨리 친해졌죠. 부모님들도 저희의 교제를 환영했어요." 천년고도의 도시 경주 출신의 아가씨와 고대 마야문명지인 엘살바도르계 미국인 청년의 만남은 월드컵이 끝나고도 이어졌다. 남자친구는 해외를 돌아다니며 일했지만 국제전화로 해외여행으로 사랑을 이어나갔다. 만난 지 2년 만인 2004년 두 사람은 결혼했고 이듬해 LA에 신혼집을 차렸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학생 때부터 옷가게를 열 정도로 의류업에 관심이 많았다. LA에 와서도 2009년 2014년 여성용 의류매장을 열었다. 중국인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 올해 초에는 LA한인타운 웨스턴 선상에 있는 웨딩드레스숍 '갤러리아 웨딩(Galleria Wedding)'을 인수했다. "드레스는 옷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매력적이에요. 여성미를 극대화하죠. 거기다 특별한 날 입는 웨딩드레스이니 책임감도 크고 보람도 있습니다." 일은 우아하지만은 않다. 5~6파운드 가량의 무거운 드레스를 계속 바꿔 가며 입혀줘야 한다. 또 평상시 입는 옷들은 입는 사람의 취향만 맞추면 되지만 웨딩드레스는 신부와 동행한 친구 친정어머니 시부모 남편 등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두 들어줘야 한다. 한두 시간은 기본이다. "신부들이 정신적으로 가장 예민할 때잖아요. 저도 더 신중히 조언하죠."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가 갑자기 살이 찌거나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때마다 옷을 다시 고쳐줘야 하고 결혼식 당일에는 식장에서 옷핀 등으로 옷 매무새를 잡아줘야 한다. "일이 힘들어도 웨딩드레스를 돌려받을 때 '너무 예뻤다 고마웠다'는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고생이 싹 잊혀져요. 커튼 뒤에서 저도 주인공이 된 느낌이에요." 인터넷으로 본지 기사를 본다는 그녀는 중앙일보에 '디지털 신문'으로 변화를 주문했다. "언론은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해요. 비록 종이 신문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해도 독자들은 여전히 뉴스는 찾고 있거든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인들에게 부탁 한마디를 했다. 국제결혼 커플로서 종종 편견 어린 시선에 상처받을 때가 있다고 했다. "한번은 한인 식당에서 종업원이 제 남편에게 '아미고(친구라는 뜻의 스패니시) 아미고'하면서 손짓한 적이 있어요. 한인들은 라티노를 하나같이 '아미고'라고 부르는데 때로 상대방은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hwang.sangho@koreadaily.com

2017-09-22

'청춘+참여=봉사' 그녀의 방정식

부친 대 이은 1.5세 애독자 의사 꿈 대신 구호에 눈 떠 한인 청년 봉사단체 조직 중가주 농촌마을 찾아 도움 "생활정보 기사 더 써주길" "신문하면 중앙일보라는 느낌이 있죠. 한국에서부터 아버지가 보셨으니까 늘 친숙하죠." '독자를 만나다' 다섯 번째 주인공은 한방병원 매니저인 나지은(30.사진)씨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2002년 풀러턴으로 이민온 1.5세인 그는 한인 청년들로 구성된 봉사활동 단체 '블루리본'의 회장으로 더 유명하다. 지은씨는 유학온 오빠를 돕기 위해 어머니와 잠시 미국에 방문했다가 정착했다. "등교해서 교실도 못 찾아가고 숙제도 옆 친구에게 겨우 물어보고 해갔어요. 어렵게 미국학교에 적응했는데 한국에 되돌아가려니 겁이 나더라고요." 지은씨의 꿈은 의사였다. 아프리카 선교활동에 따라갔다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의술이 절실하다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의대의 벽은 높았다. 비싼 학비도 부담이었다. 한때 좌절하기도 했지만 나씨는 도전 자존감 용기에 관한 책을 골라 읽으며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볼리비아에 학교와 병원을 짓고 있는 한영준씨를 만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다. 한씨는 스스로 '꽃거지'라 부르며 소액 기부 캠페인을 하고 있는 공정여행가다. "큰일을 하는 사람인데 저보다 두 살밖에 많지 않더라고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의대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가난한 사람들 도와주기 위해서였거든요." 나씨는 우연한 기회로 한영준 씨의 통역을 맡았다. 지난해 열린 한 씨의 LA경찰국 사진 전시회 때 번역과 통역을 도왔다. 전시회에는 다른 한인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다. 다들 스스로 손발을 걷어붙이고 행사를 도왔다. 한 번 만나고 헤어지기는 아까운 인연이었다. 나 씨는 그들과 함께 봉사모임을 만들었다. 이름은 블루리본이다. 푸른 청춘이라서 '블루' 참여의 의미를 담아 '리본'으로 정했다. 지난해 12월 결성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사업가 직장인 사진작가 등 다양한 직업의 한인들이 모였다. 블루리본 회원들은 중가주 멕시코 이민자들의 정착촌인 포터빌에서 무료 기타 강습을 하는 한인 음대생을 도왔다. 집에서 안 쓰는 옷과 물건을 모아 그 마을에 전달했다. 서툰 솜씨지만 비빔밥도 만들어 함께 먹었다. 한국의 나눔 활동 단체 '허그인'과 소설 '아름다움을 위하여(Pay it Forward)'의 작가 케서린 라이언 하이드와의 만남도 주선했다.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책이라는 주제로 만난 거잖아요. 독자는 책 덕분에 나눔이 무엇인 줄 알게 됐다고 고맙다고 하고 작가는 적극적인 독자 덕분에 세상이 아직 따듯하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죠. 같이 있는 동안 설명하지 못할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지은씨는 신문 지면의 활자가 익숙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부분의 정보를 페이스북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얻고 있다. 그는 독자로서 제안을 잊지 않았다.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쏠쏠한 생활정보를 얻고 있어요. 휴대폰 가격이라든지 어디 놀러 가면 좋다든지 저에게는 유익한 정보거든요. 이런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hwang.sangho@koreadaily.com

2017-07-03

멜로즈 스모크샵 최용기 사장, 담배 가게에는 '꽃할배'가 멋있다네

"왓츠업 맨(What's up, man)!" 말투나 옷차림 모두 예사롭지 않다. 흑인들의 대화에서나 들을 법한 거친 비속어와 올백 머리에 선글라스, 힙합 셔츠까지. '전형적인 60대 한인 남성'과는 사뭇 다르다. 본지 연중기획 '중앙일보 독자를 만나다' 세번째 주인공인 최용기(63)씨다. LA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멜로즈 거리의 담배 가게 '스모크숍' 사장인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소셜미디어 스타다. 예순을 넘긴 이민 1세 한인 남성이 일약 스타로 뜨게 된 계기는 담배가게 옆집인 유명 의류업소 '라운드 투(Round Two)'의 홍보 영상에 우연히 출연하면서다. 정기적으로 유투브에 올려지는 홍보 영상에서 그는 자주 출연한다. 잠깐씩 등장해 옆집 사장에게 "보고 싶지 않은 사장놈"이라고 서슴없이 농담을 하는가 하면, 직원들과도 개구진 장난을 친다. 옆집 옷가게 홍보 영상 출연, 동양 남성 통념 깬 파격 언행 팔로워 14만 명 'SNS 스타'로, 담배 가게도 전세계인 찾는 성지 "한국소식보다 한인 삶 써달라" 라운드투는 한정판 의류와 옷을 파는 전문업소다. 홍보 영상이 패션 리더들의 이목을 끌면서 덩달아 최 사장도 유명세를 타게 됐다. '아시안 남성'의 틀을 깬 그의 말투와 행동이 '쿨'해보였던 모양이다. 라운드 투를 찾은 손님들은 일부러 그를 보기 위해 담배 가게를 찾아가 사진을 찍는다. 그의 담배 가게는 일종의 인증 샷 성지가 됐다. "영국,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온 손님들이 매일 서너 명씩은 날 찾아와요." 최 사장의 인스타그램은 개설 1년 만에 팔로워 수가 14만 5000명을 넘었다. 자랑을 늘어놓으면서도 최 사장은 업소를 찾아온 늘씬한 젊은 여성들과 트레이드마크인 손가락 하트를 그리면서 함께 사진 찍기 바쁘다. 인기 힙합 가수인 '야티(Lil Yachty)'와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와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누가 예순 넘긴 '꼰대'하고 사진을 찍겠어요. 라운드 투 덕분에 나도 제법 인기를 얻었죠." 그가 스모크숍을 연 지는 15년 전이다. 다양한 인종과 거친 손님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초창기 마찰이 많았다. 주로 가격 시비였다. 일부 '품행제로' 흑인들이 다른 곳보다 비싸다고 잔돈을 주지 않거나 괜한 트집을 잡아 욕을 퍼붓는 식이었다. "가령 구입한 물건이 세금을 포함해 1달러 9센트면, 그냥 1달러 한 장만 던지고 가요. 그러면 싸우게 되죠." 때로는 약에 취한 손님들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했다. "영어 억양이 이상하니까 깔보는 거죠. 또 대 놓고 '친(Chin.중국인을 지칭하는 비속어)'이라며 인종 비하 발언을 하기도 해요." 시비거는 이들로부터 최씨를 보호해준 이들 역시 흑인들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서로 같은 공간, 같은 시계 바늘 위를 달리다 보니 서로 다름을 이해해 갔던 것이다. "누구나 결국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거든요. 억압받던 흑인들의 역사를 알면 이해가 가요." 그들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면 자연히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최 사장의 지론이다. 최 사장은 전라북도 익산의 대농의 손자로 부유하게 자랐다. 단국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왔다가 눌러앉았다. 아버지의 금전적 지원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외화 반입이 끊겼다. 불법 체류자로 살다가 시민권자인 아내를 만나 두 딸을 낳고 이제는 손주 넷을 둔 할아버지가 됐다. "지금 삶에 만족합니다. 자유롭잖아요. 은퇴 후 삶이 걱정이긴 하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 밴을 사서 아내와 여행하면서 미국의 시골 도시들을 가보고 싶어요." 중앙일보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국 소식도 좋지만, 크든 작든 한인들의 삶을 더 많이 보도해주세요." 황상호 기자

2017-06-11

이레 오토 정비소 제이슨 이 대표 "힘들게 사는 서민 삶 속에 기자가 들어와 취재 해달라"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좀 써주세요. 서민들의 삶은 기삿거리가 안되나요?" 뜨끔했다. 신문을 아는 독자를 제대로 만났다 싶었다. '중앙일보 독자를 만나다' 첫 주인공인 제이슨 이(50·사진)씨다. LA한인타운에 있는 벤츠 전문 차량정비소 '이레 오토(Ere Auto)'를 6년째 운영하고 있다. 중앙일보를 구독하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다. 기획 기사의 의도를 설명하니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정비소에서 만난 그는 중앙일보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래도 제안할 것이 없느냐는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 지적했다. "회장님들, 정치인들 소식만 전할 게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기사를 써주세요.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 구두닦이 아저씨, 명함 돌리는 아저씨들은 왜 인터뷰 안 하나요?" 채찍질이 이어졌다. "기자들이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쓴 글도 보고 싶어요. 요즘 자바 시장이 어렵다던데 직접 그 안에 들어가서 일해보고 땀흘려보고 기사를 쓴다면 공감이 크겠죠." 시정부에 대한 불만도 컸다. 거리에 쓰레기가 쌓여도 청소부들이 3년째 오지 않는단다. "시정부에서 2개월마다 청소비로 꼬박꼬박 70달러를 받아갑니다. 청소도 안 해주는데 왜 세금을 내야 합니까?" 불만은 영세업자의 고충으로 이어졌다. 벽에 걸린 라이선스와 인증서를 보여줬다. "저게 다 돈이에요." 주정부, 소비자보호국, 환경보호청, LA시정부, LA경찰국, 소방국, 건물안전국 등등 10여 개 기관에 매년 라이선스비를 내야 한다. "연 2000달러 정도 하는 건물 재산세(트리플 8)도 세입자인 제가 내야해요." 정비소는 하향사업이다. 수리 요청 차는 리스 대 구매 비율이 8:2다. 새차들이 많을수록 수리해서 얻는 수익도 줄어든다. "먹고 살기 힘드니 소상인들이 LA를 떠날 수밖에요." 그는 88년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가서 93년 LA로 건너왔다. 60년대 한국에서 드럼통을 두드려 자동차를 만들던 아버지 영향으로 지난 30년간 정비공 한우물만 팠다. 다운타운 머세이디스벤츠, 세리토스 포드,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버몬트 셰비 공인 딜러에서 실력을 쌓았다. 일이 가장 힘들었던 때는 2004년이다. 그해 한국차 새 모델이 처음 미국에 수출됐다. 지금은 한국차 품질이 우수하지만 그의 표현을 빌리면 '말도 안 되는 차'였다. "파트 조립도 엉망이고, 브레이크는 소리가 나고 트랜스미션도 금방 깨지고…. 수리 요청이 밀려서 거의 매일 밤 12시까지 일해야 했어요. 그때 한국차 산 한인들은 정말 애국자들이에요." 꼭 말하고 싶은 은인이 있다고 했다. 삶이 힘들 때 2만 달러를 선뜻 빌려준 친구다. 덕분에 정비소를 개업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 빚 다 못 갚아요. 그 친구한테 이말은 꼭 하고 싶네요. 정수야 고맙다." 독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 중앙일보 기자가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중앙일보 독자를 만나다'라는 연중기획물을 신설합니다. 종전까지 제보를 기다리던 수동적 취재 관행에서 벗어나 기자들이 독자들에게 먼저 연락해 만납니다. 사람 냄새 나는 기사를 쓰기 위함입니다. 독자들의 관심사와 이민생활, 정부 정책에 대한 건의, 신문에 대한 제안 등 다양한 의견을 듣겠습니다. '독자'는 신문 구독자를 포함해 글을 읽는 한인 모두입니다. 기사를 담는 그릇은 바뀌어왔고 앞으로도 변하겠지만, 감동을 주는 뉴스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기획물은 본사 내부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기사를 생산하는 편집국과 독자를 상대하는 최전선 부서인 고객서비스본부가 최초로 협업합니다. 신문이 독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한 의무입니다. 하지만 그 기본원칙에 충실한 언론은 많지 않습니다. 중앙일보는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신청:(213)368-2667/2633 기획취재팀, (213)368-2600 고객서비스본부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20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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